게임 이론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우선 게임이론에서 사용되는 몇 가지 용어들을 살펴봅시다.

게임 :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각 참가자들이 몇 개의 전략들을 선택하여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해 벌이는 행위 (평소에 알던 뜻과는 조금 다르죠?)

경기자 : 게임의 참가자

전략 : 경기자들의 선택

보수 : 각 경기자가 얻는 이익

균형 : 각 경기자의 전략에 따라 가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결과

‘게임’의 참가자인 ‘경기자’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전략’을 택하려 해요. 각자는 자신을 비롯한 경기자들의 전략에 따라 ‘보수’를 얻게 되죠. 게임이 진행되며 각 경기자들의 전략은 서로 수많은 조합을 이루는데, 그 중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전략의 조합을 ‘균형’이라고 해요.

또한 게임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말이 조금 어렵죠? 천천히 설명드릴게요. 우선 조건 1, 합리적 존재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최선의 전략만을 선택하는 존재를 뜻해요. 자신을 둘러싼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언제나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다음으로, 조건 2를 살펴보죠. 공통 지식이란 말 그대로 게임에 참여하는 경기자 모두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말해요. 이때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공통 지식이 단순히 어떤 하나의 정보를 모든 경기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모든 경기자가 그 정보를 안다는 사실 역시 모두가 아는 공통 지식일 테니까요. 모든 경기자가 ‘모든 경기자가 그 정보를 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도 또 하나의 공통 지식일거에요. 이렇게 끊임없이 확장되는 것이 바로 공통 지식이죠.

게임 이론은 경제학에서 시작하였으나 경영학과 심리학, 심지어는 생물학에까지 활발히 응용되고 있어요. 아직 게임이론이 낯설게만 느껴진다고요? 이제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게임 상황을 통해 게임 이론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가봐요!

100년 동안 이어진 라이벌 관계인만큼, 두 회사는 광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싸움을 지속해왔어요. 심지어 서로의 제품을 깎아내리는 방식의 광고가 엄청나게 흥행할 정도였죠. 펩시는 코카콜라와 비교하는 광고인 일명 ‘펩시 챌린지’의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는데요.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코카콜라와 펩시를 구분하는 테스트 형식의 광고에서 펩시가 더 맛있다고 택한 소비자들이 더 많았던 것이죠. 이는 TV광고로 송출되었고 펩시가 코카콜라의 시장 점유율을 제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코카콜라와 펩시의 불꽃 튀는 마케팅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2020년 코카콜라의 글로벌 한 해 광고비가 4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아직 광고에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콜라 사업 밖에도 다양한 제품에 대한 지출이 있었겠지만, 매출의 탄산음료 비중이 아직까지 60%에 달함을 고려했을 때 40억 달러라는 금액은 펩시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비용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어요. 두 회사에 비기는 경쟁자도 따로 없겠다, 코카콜라와 펩시가 서로 합의해서 광고지출을 멈추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까요? 왜 두 회사는 계속 광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취조원은 심문을 위해 조직원 A와 B를 분리된 두 개의 감옥에 수감시켰어요. 두 사람이 함께 논의할 수 없도록 말이에요. 범죄에 대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취조원은 공범들이 범행을 부인할까봐 초조했는데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취조원은 금세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는 조직원 A의 감옥에 들어가 다음과 같이 말했죠.

“조직원 A, 지금부터 당신에 대한 취조를 시작하겠다. 아, 취조를 시작하기 전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있어. 만약 당신과 B가 모두 각자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둘 다 1년 형에 처해질 거야. 한 사람만 자백하고 한 사람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백하는 사람은 석방, 다른 사람은 10년형에 처하겠지. 단, 둘 다 자백한다면 당신들 모두 5년 형에 처해질 거야”

취조원은 B의 감옥에 들어가서도 똑같이 말했답니다. 그리고 조금 후, 두 조직원은 모두 5년 형에 처해졌어요! 둘 모두 자백을 하게 된 것이죠.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신기하지 않나요? 취조원은 어떻게 두 범인이 모두 자백을 택하도록 할 수 있었을까요?

죄수 A와 죄수 B를 아울러 ‘죄수 공동체’라고 칭해보죠. 저는 이 ‘죄수 공동체’가 최대의 이득을 갖는 경우를 찾고 싶어요. ‘죄수 공동체’의 이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아하, 두 죄수의 형량의 합을 비교해보면 되겠네요! 형량의 합이 작을수록 ‘죄수 공동체’의 이득이 크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렇다면 ‘죄수 공동체’가 최대의 이득을 가져가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바로 두 죄수 모두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요. 둘 모두 범행을 부인한다면, 각각 1년형을 받게 되므로 형량의 합이 가장 작아지죠. 즉, ‘공동체’적인 관점에서는 부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거에요.

하지만 이렇게 (죄수의 입장에서)‘이상적인’ 상황은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죠

먼저, 조직원 A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조직원 B가 범행에 대해 부인한다면 자신도 범행을 부인했을 때에는 1년, 자신이 자백했을 때에는 석방이라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자백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것이죠.

조직원 A, B 모두 상대의 대응에 따라 제일 합리적인 선택(자백)을 내렸을 때, 더 이상 자신의 선택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인데요. 이러한 상태를 ‘내쉬 균형’이라고 해요.

내쉬 균형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서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두 조직원 모두가 상대가 취할 전략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앞에서 보았듯, 조직원 A는 조직원 B가 무슨 선택을 하든 자백을 택할 거예요. 조직원 B도 마찬가지고요. 두 조직원은 모두 합리적이었고, 상대방 또한 자신처럼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자신이 생각한 것과 같이 상대도 똑같이 생각하리란 걸 알았던거죠. ‘내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자백을 택할 것처럼, 상대도 합리적인 선택으로 자백을 택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서로가 자백을 선택하리란 걸 알고 있었단 말씀!

따라서 두 조직원은 상대의 선택을 자백이라고 고정하고 생각하게 돼요. 상대가 자백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자신 또한 가장 이득이 되는 자백을 선택한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 조직원이 모두 자백하는 경우에서 내쉬 균형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랍니다.

코카콜라랑 펩시, 그래서 둘 다 왜 광고 포기 안 해? 🤷‍♂️

조직원 A와 조직원 B의 눈치싸움, 재밌게 보셨나요? 이제 죄수의 딜레마를 코카콜라와 펩시 사이의 마케팅 경쟁에 적용시켜볼 거예요. 우선, 분석을 쉽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전제를 필요해요. 죄수의 딜레마 상황과 최대한 비슷하도록, 콜라 시장에 코카콜라와 펩시가 아닌 다른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콜라에 대한 수요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거예요. 또한 두 회사의 콜라에 대한 수요와 가격을 동일하다고 전제하여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해요.

위 표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이익을 광고 여부에 따라 가상으로 작성한 표에요. 두 회사의 콜라는 10,000원이며, 광고비는 4,000원으로 가정했죠. 두 회사 모두 광고를 하지 않으면 둘 모두에게 한 캔씩의 수요가 발생하고, 한 쪽 회사만 광고를 한다면, 광고를 한 회사에만 두 캔의 수요가 발생한다고 해봐요.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표 아닌가요? 죄수의 딜레마 모델과 판박이지요.

두 기업 모두 제품 광고를 하지 않았을 때는 광고비 지출이 없기 때문에 서로 10,000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펩시가 광고를 하게 된다면 펩시는 20,000원에서 광고비 4,000원을 뺀 16,000원을 순수익으로 얻는 대신 코카콜라는 전혀 돈을 벌지 못하게 되죠.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만약 두 회사가 모두 광고를 한다면 각자 10,000원에서 광고비 4,000원을 뺀 6,000원이 보수가 될 거에요.

앞서 보았던 죄수의 딜레마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두 기업이 계속 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어요. 펩시가 광고를 하든 안하든 코카콜라는 광고를 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죠. 물론 펩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코카콜라와 펩시 두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은 둘 다 광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요. 각자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큰 경우니까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더 큰 보수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열한 광고 경쟁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니까요!

마무리

지금까지 게임 이론과 게임 이론의 대표적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 모델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사실 오늘 다룬 내용보다 게임 이론은 더욱 방대하고 광범위한 학문이에요. 전개형 게임, 유/무한 반복 게임, 미비 정보 게임, 불완전 정보 게임 등 수많은 게임 상황이 존재하죠. 콘텐츠가 흥미로웠다면, 혹은 오늘 알아본 게임 상황 외에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존재한다면, 아래 피드백 란에 의견 남겨주세요! 조만간 게임이론 2탄을 들고 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