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업이 2022년에 등장한다면? 🕰️

아마 쫄딱 망할겁니다. 물론 그 첫 번째 이유는 기술적 차이일거에요. 1960년대와 2022년도의 양말 품질에는 큰 차이가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품질에서만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양말의 품질이 똑같더라도 과거의 기업이 2022년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거에요. 기업 경영에 있어서 시대에 따라 꼭 달라져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죠.

과거의 양말 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마케팅학회는 마케팅을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켜 주는 교환을 가져오기 위해 아이디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발상, 가격 결정, 촉진 그리고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어요.

말이 조금 어렵죠? 쉽게 풀어서 설명해볼게요.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켜 주는 교환을 가져오기 위해’는 ‘고객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의미에요.

‘아이디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발상, 가격 결정, 촉진 그리고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고객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련의 활동’을 말하죠.

광고도 기업의 제품을 알려 고객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마케팅이지만, 광고만으로는 절대 고객을 확보할 수는 없어요. 제품을 생산하고, 가격을 정하고,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하는 과정이 있어야 광고도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기업과 고객을 둘러싼 환경이 변함에 따라 기업이 마케팅을 대하는 태도 즉, 마케팅 관리 철학도 변화하게 돼요.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관리 철학이 5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어요. 앞서 언급한 양말 기업의 입장에서 이 다섯 단계를 차근차근 살펴보죠.

1단계 : 생산 개념 🏭

시장이 형성된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기, 양말 기업들은 영업이나 광고에 돈을 쏟아부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면을 더 싸게 수입하고, 공장을 늘려 더 많은 양말을 생산하면 자동으로 고객들이 생기니까요.

1단계, 생산 개념은 ‘가격만 맞는다면 우리 제품은 무조건 팔릴거야!’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관리 철학이에요. 주로, 제품의 수요가 제품의 공급보다 많던 시기에 인기 있었죠. 제품을 찍어내면 찍어내는대로 모두 팔려나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고객이 살 만한 정도의 가격으로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하는 것이 기업의 주된 목표였어요.

생산 개념은 주로 산업화에 돌입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대의 기업들이 도입했던 마케팅 관리 철학이에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몇몇 기업들에게는 아직까지 유효한 마케팅 관리 철학이죠.

2단계 : 제품 개념 👠

양말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더 싸게, 더 많이’에만 혈안이 되어있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경쟁사보다 편하고 세련된 양말을 만들까 고민하죠.

시간이 흘러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 때쯤 사람들은 생각했어요. “남들 것과는 다른 더 좋은 제품이 어디 없을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등장한거예요.

3단계 : 판매 개념 🎤

이 시기 양말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알아주지 않으면 더 나은 품질은 의미없다고 생각해요. 품질 개선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홍보에 주력하죠. 영업 사원을 고용하고 TV광고를 제작하며 경품 이벤트를 진행해요.

하지만, 이내 제품 개념도 힘을 잃게 돼요. 시간이 흘러 시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 거에요. 이 시기에는 ‘가만히 앉아서 생산만 해서는 아무것도 팔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돼요. 소비자는 쓸데없이 많은 비슷한 제품들 속에 파뭍혀 우리 기업의 제품을 절대 찾을 수 없거든요.

판매 개념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적극적인 판매 촉진 활동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관리 철학이에요. 홍보와 영업에 적극 참여하여 높은 매출을 노리는게 판매 개념을 지향하는 기업의 특징이죠.

4단계 : 마케팅 개념 🤴

양말 기업들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소비자들이 어떤 양말을 필요로 하지?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할까? 어떻게 하면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작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이 양말에 얼마나의 가치를 매기고 있지?

양말 기업은 이제 제품 개발부터 유통, 판매 촉진, 가격까지 마케팅의 전과정에서 소비자를 고려해요.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 양말,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을 위한 수면 양말 등 특정 소비자들을 노린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어냈죠.

반면, 소비자의 위상은 높아져갔어요.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며 소비자 보호 운동이 일어났고, 전체적인 소득 수준도 높아져 소비자로 하여금 대량 생산 제품에 거부감이 들게 했어요. 소비자들은 점차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찍어내는 흔한 제품이 아닌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원했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시하는 마케팅 관리 철학 즉, 마케팅 개념이 등장했어요. 마케팅 개념을 수용한 기업들은 드디어 소비자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5단계 : 사회 지향적 마케팅 개념 🌍

양말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공익에 이바지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어요. 양말 공장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 무역 양말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고요. 업사이클링을 통해 만들어진 양말, 친환경 소재로 만든 양말도 점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과 그로 인한 무분별한 소비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어요. 수많은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졌고, 공장들은 매연을 내뿜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했죠. 과소비와 물질 만능주의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어요.

소비자들의 이제 자신의 욕구에서 눈길을 떼기 시작했어요. 그들의 새로운 관심은 사회복지를 향했죠. 조금 비싸더라도 더 친환경적인 기업, 더 공정한 기업의 제품의 인기가 치솟아요.

사회 지향적 마케팅 개념은 소비자의 욕구나 기업의 이익이 아닌 사회의 공공복지도 마케팅의 주요 과제로 바라보는 마케팅 관리 철학이에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사회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케팅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 단계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요. 그저 기업의 시선으로 개발과 생산, 판매 촉진 활동을 조절할 뿐이죠.

여기에 우리가 던진 질문의 답이 숨겨져 있어요! 1960년대의 양말 기업이 2022년에 성공할 수 없는 이유 말이죠. 1960년대 양말 기업들은 기업 중심의 마케팅 관리 철학을 가지고 있었을 거에요. 고객을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양말은 항상 잘 팔렸을테니까요. 하지만 2022년의 대한민국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 중심 관리 철학은 공장 내 막대한 재고만 남길게 뻔하죠. 기업 중심 관리 철학과 고객 중심 마케팅 철학의 차이가 과거의 양말 기업과 현대의 양말 기업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랍니다.

과거의 기업이 2022년에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케팅’이에요.